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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원두 갈기 전, 물 “칙칙” 찐~한 커피 만드는 과학적 비법
매력적인 향기에 기운을 돋우는 각성효과까지,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이 되어버린 커피는 어떻게 만들까. 종류에 따라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사람이 손으로 직접 추출해 만드는 드립 커피의 제조법은 대강 이렇다. 우선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인 생두를 볶아 검갈색을 띠는 원두로 만든다(로스팅). 딱딱한 원두를 갈아 고운 가루로 만든 후(그라인딩), 이것을 거름망에 담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통과시키면 마침내 향긋한 커피가 나온다(추출). 그림 1. 드립 커피는 로스팅, 그라인딩, 추출의 단계를 거친다. ⓒshutterstock 로스팅부터 추출까지 전 과정이 사람 손을 타다 보니 같은 생두를 쓰더라도 제조 과정에서의 작은 차이가 맛을 가른다. 예컨대 로스팅 단계에서 생두를 약하게 볶으면 신맛이 부각되고, 강하게 볶으면 쓴맛이 강해진다. 그라인딩할 때는 원두를 잘게 갈수록 물과 닿는 면적이 커져 맛이 진해지는데 그렇다고 너무 미세하게 분쇄하면 원두 가루 일부가 섞여 탁하고 쓴 커피가 된다. 이런 이유로 전문적으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비롯해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많은 사람들은 최고의 제조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과학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이 커피를 정말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커피 만드는 방법이 과학적이어서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커피에 관한 연구는 제법 많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과학자의 연구를 살펴보자. 젖은 원두가 진한 커피 만든다 로스 드롭렛 테크닉(Ross Droplet Technique, RDT)은 커피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진 일종의 꿀팁이다. RDT는 원두를 분쇄할 때 일부 가루가 정전기로 인해 그라인더 내부 벽에 들러붙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지난 2005년 해외 커피 전문가 데이비드 로스가 한 온라인 커피 포럼에서 처음 소개했다. 기술 자체는 단순하다. 그라인딩 전 소량의 물을 원두에 뿌려 적시기만 하면 된다. 커피 커뮤니티에서는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동안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그림 2. RDT는 원두를 갈기 전 소량의 물을 원두에 뿌려 적시는 방법으로, 정전기로 그라인더 내부 벽에 가루가 들러붙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됐다. ⓒshutterstock 그런데 최근 미국 오리건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RDT가 정전기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커피를 진하게 만들고, 추출량도 늘린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실었다. 연구를 이끈 사람은 식품 연구자가 아닌 화학자와 화산학자다. 그들은 연구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다가 서로 RDT 현상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정전기의 원인은 그라인딩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두들의 마찰이다. 정전기로 인해 같은 전하로 대전된 원두 가루 입자가 극이 같은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내 그라인더 내부 벽에 흩어져 들러붙는 것이다. 연구팀 소속 화산학자들은 화산재의 전하량을 측정하는 장치를 이용해, 첨가하는 물의 양에 따라 원두 가루로 인해 발생하는 정전기의 세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봤다. 그림 3. 그라인딩 하는 과정에서 원두는 전하를 띠게 된다. 연구팀은 물의 양에 따라 원두 가루에 발생하는 정전기의 세기를 측정했다. ⓒMatter 그 결과 원두 1g당 20㎕(마이크로리터1㎕는 100만분의 1L)의 물만 있으면 정전기 발생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물 분자가 정전기로 발생한 전하를 흡수하거나 그라인더 내부 온도를 낮춰 마찰 효과를 줄이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같은 이유로 생두의 로스팅 시간을 늘리면 내부의 수분이 증발해 정전기가 더 많이 생겼다. 정전기가 줄어들자, 놀랍게도 커피 맛과 추출량도 개선됐다. 물을 넣고 간 원두로 커피를 만들면, 물이 원두 가루 입자에 골고루 머물면서 커피 추출 시간이 더 길어지고, 결과적으로 커피 농도가 약 10% 높아져 맛이 더 좋아졌다. 또한 물의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물 없이 같은 양의 원두를 썼을 때보다 커피 추출량이 8.5%가량 상승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헨돈 오리건대 화학과 교수는 물은 정전기를 줄여 그라인더 내부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줄여줄 뿐 아니라 커피의 농도와 맛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원두 양을 줄이고 굵게 갈면 추출량 높아져 한편 지난 2020년에는 오리건대와 영국 포츠머스대가 주축이 된 공동 연구팀이 원두를 거칠게 갈아야 추출량이 더 많아진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보통 추출량이 많아진다는 것은 물이 원두와 맞닿는 면적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커피가 진해져 맛이 좋아진다. 화학자, 수학자로 이뤄진 연구팀은 물의 온도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한 채 원두의 분쇄 정도에 따라 커피의 추출량을 계산하는 수학 모델을 만들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연구에 따르면 평소 커피를 추출할 때보다 원두의 양은 75%로 줄이고, 대신 원두를 굵게 갈면 추출량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을 만들 때 원두 20g을 사용한다면 15g만 쓰고, 더 굵게 갈면 커피의 양이 기존보다 많아지며 맛도 좋아지는 것이다. 카페에서 너무 잘게 갈린 원두 가루를 쓰면 물이 흐르는 공간이 줄어들어, 되려 맛이 나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한 이 방법을 적용하면 커피를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맛, 시간, 비용을 전부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그림 4. 연구팀에 따르면, 원두의 양을 75% 줄이고, 원두를 굵게 갈면 커피의 양도 많아지고 맛도 좋아진다. ⓒshutterstock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성인 1명당 405잔이다. 매일 하루 1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물가가 연일 치솟고 있는 상황에 값싼 장비를 마련해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면 어떨까. 여기에 과학자들의 비법까지 활용하면 저렴하게 맛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2024-01-22
조회수 : 10
[과학향기 Kids] 올해 ‘역대급’ 오로라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전 세계 곳곳에서 오로라가 관측됐어요. 오로라가 주로 관측되는 지역인 극지방 외에도 평소 오로라를 거의 볼 수 없던 러시아 남부, 유럽, 중국 북부, 일본 홋카이도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됐는데요. 녹색과 붉은색의 강렬한 오로라가 밤하늘 전체를 커튼처럼 덮으며 역동적이고 화려한 모습을 자아냈습니다. 최근 들어 오로라가 자주, 광범위한 지역에서 관측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로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면서 그 이유를 확인해 봐요. 그림 1. 최근 오로라가 자주, 광범위한 지역에서 관측되고 있다. ⓒshutterstock 오로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오로라는 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인 태양풍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태양은 핵융합 반응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이때 전하를 띤 고에너지 입자들이 우주 공간으로 수없이 많이 퍼져나가요. 이를 태양풍이라고 합니다. 태양풍은 초속 1000km 이상의 속도로 2~3일 안이면 지구에 도달합니다. 지구는 하나의 자석과 같아서 주변에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태양풍 입자들은 이 지구 자기장에 막혀 흩어지지만, 일부는 자기장에 이끌려 지구 대기로 들어옵니다. 이 입자들이 공기 분자와 충돌하면서 빛을 내는 현상이 바로 오로라예요. 태양풍 입자들이 들어오는 곳이 위도 60~80도의 고위도 지역인 캐나다 북부,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이기에 주로 이곳에서 오로라가 관측됩니다. 그림 2. 오로라는 태양풍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의해 지구 대기로 들어온 뒤, 질소산소 분자와 충돌해 빛을 내는 현상이다. ⓒshutterstock 오로라는 녹색이 가장 흔하지만, 분홍색이나 보라색 등의 붉은색 등 여러 색깔로 나타나는데요, 태양풍 입자가 어떤 공기 분자와 어느 높이에서 충돌하느냐에 따라 오로라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지구 대기의 78%는 질소, 21%는 산소로 이뤄져 있습니다. 태양풍 입자가 90~150km 높이에서 산소와 충돌하면 녹색으로, 이보다 더 높은 곳에서 충돌하면 빨간색 빛을 냅니다. 반면 고도 90km 부근에서 질소와 부딪히면 보라색을 띱니다. 올해 태양 활동 극대기, 오로라 관측 최적 그림 3. 올해는 태양 활동의 극대기로, 오로라를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hutterstock 오로라는 태양풍과 관련이 있다 보니,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 그만큼 대전 입자가 많이 방출되고, 지구 자기장에 붙잡히는 입자가 많아져 오로라 발생 지역이 평소보다 더 넓어집니다. 태양 활동은 평균 11년을 주기로 강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하는데요, 올해가 바로 태양 활동이 가장 강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시기예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고 선명한 오로라를, 평소보다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요. 평소 오로라를 보고 싶었다면 올해가 오로라 관측의 최적기인 셈이죠. 다만 오로라는 고도 90km 이상의 높은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구름이 끼면 오로라를 볼 수 없어요. 또 백야현상(여름에 고위도 지방에서 밤하늘이 밝은 현상)이 나타나는 여름에는 오로라 관측이 어렵습니다. 오로라 예보와 일기 예보를 확인해 일정을 짠다면, 오로라 관측 성공률을 좀 더 높일 수 있을 거예요. ※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3학년 1학기 과학 지구의 모습 5학년 1학기 과학 태양계와 별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2024-01-22
조회수 : 2
[과학향기 Story] 뇌세포가 첫 한 입부터 먹는 속도, 시간 조절한다!
아주 배고픈 상태에서 맛있는 음식을 마주했을 때, 뇌에서는 어떤 명령을 보낼까. 최대한 빨리 음식을 섭취해라는 명령? 체하니까 천천히 먹어라는 명령? 얼핏 생각하기엔 먹는 속도에 관한 두 가설은 모두 일리가 있다. 최근 미국 UC 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이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림 1. 뇌에서 음식을 섭취하는 속도와 양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shutterstock 섭식을 조절하는 두 가지 뉴런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조건 반사 현상을 밝혀낸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는 먹는 속도가 음식의 냄새, 맛과 음식을 인식한 시각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이를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파블로프의 주장은 사실도, 거짓도 아닌 채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 1970~80년대에도 생리학자들은 음식의 맛이 우리가 먹는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과정을 제어하는 부분이 뇌 깊숙이 있어 먹는 동안 뇌 활동 변화를 포착할 수 없었다. 쯔엉 리 UC 샌프란시스코 생리학과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최초로 뇌에서 먹는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찾아냈다. 연구팀이 주목한 곳은 뇌간의 고립로핵 꼬리(cNTS)였다. 이곳은 미각을 받아들이는 중추로, 이곳에서 분비되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맛에 대한 반응이 조절된다. 연구팀은 고립로핵 꼬리에 있는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PRLH) 뉴런과 글루카곤(GCG) 뉴런의 활성도를 살펴봤다.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은 섭식 행동을 억제하고, 글루카곤 뉴런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위고비와 같은 체중 감량 약물이 모방한 식욕 억제 호르몬이다. 연구팀은 일상적인 환경에서 두 뉴런이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했다. 선행 연구들에서는 실험동물을 마취한 다음, 위에 부푼 풍선을 넣거나 음식을 직접 주입해 가득 채워 실험했는데, 마취한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배를 채운 것이다 보니 얻을 수 있는 결과에 한계가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연구팀이 직접 개발한 영상 장치를 사용했다. 실험 쥐가 깨어 있는 동안 뇌 깊은 곳의 메커니즘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였다. 이를 통해 쥐가 음식을 먹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확인했다. 그림 2. 연구팀은 직접 개발한 영상 장치를 이용해 쥐가 음식을 먹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shutterstock 혀에 음식이 닿으면 먹는 속도 늦추는 뉴런 활성화 실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음식을 위장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 자유롭게 먹도록 놔두는 방법, 빛으로 뉴런을 직접 자극하는 방법이었다. 먹이는 지방과 단백질, 설탕, 비타민, 미네랄 등이 혼합된 액체 식품을 사용했다. 먼저 위장에 음식을 직접 주입했을 때는 주입되는 먹이의 양이 늘어날수록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이 활성화됐고, 먹이 주입이 끝나고 몇 분 후에 가장 활성도가 높았다. 먹이 대신 식염수를 주입했을 때는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는 이전 선행 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였다. 그러나 쥐가 평소처럼 먹이를 자유롭게 먹도록 했을 때는 쥐가 먹이를 핥자마자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이 활성화됐다. 주목할 점은 먹이 핥기를 멈췄을 때는 즉시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의 활성이 멈췄다는 것이다. 또한 입으로 먹이를 섭취했을 때는 장으로부터 시작되는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 활성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먹이를 먹는 쥐의 뉴런을 레이저로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의 활성도를 높여봤다. 그 결과, 생쥐의 먹이 속도가 줄어들었다.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이 활성화되면 식욕 억제 효과가 나타나 자연스레 먹는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쯔엉 리 연구원은 이번 실험은 음식을 핥을 때 뉴런이 활성되는 것을 보아 입에서 시작되는 신호가 장에서 시작되는 신호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오직 장에 음식물이 찼을 때만 식욕 조절 시스템이 작동할 거라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식욕 조절 시스템에 다른 구성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한 점은 먹이를 섭취하기 시작하자마자, 즉 가장 배고플 때 섭식 행동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다. 이에 쯔엉 리 연구원은 배고플 때 뇌가 먹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뇌는 음식의 맛 신호를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음식을 섭취했을 때 이거 맛있어, 더 먹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식욕 억제와 관련된 호르몬을 분비해 천천히 먹어라고 주의를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 3.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녹색)은 음식 맛으로부터 생성된 신호에 반응해 먹는 속도를 늦추고, 글루카곤 뉴런(빨간색)은 장의 신호에 반응해 포만감을 형성하며 식욕을 억제한다.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Knight Lab 공기만 먹어도 뇌는 식욕 억제한다? 연구팀은 먹이를 먹을 때 글루카곤 뉴런의 활성도도 관찰했다. 실험 결과, 글루카곤 뉴런은 쥐가 식사를 시작한 지 몇 분 안에 장의 신호를 받아 활성화됐다. 주목할 점은 장에 공기를 주입할 때도 동일하게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즉, 글루카곤 뉴런은 체내에 음식물이 얼마나 들어왔는지를 장의 부피로 감지해 활성화된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포만감의 생리학적 메커니즘이다. 그림 4. 글루카곤 뉴런은 늘어난 장의 부피로 포만감을 인식한다. ⓒshutterstock 논문의 교신저자인 재커리 나이트 UC 샌프란시스코 생리학과 교수는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과 글루카곤 뉴런은 하나는 미각에서 들어온 신호를 인지해 먹는 속도를 늦추고, 다른 하나는 먹는 양을 이용해 식욕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비만 치료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2024-01-15
조회수 : 2
[과학향기 Kids] 감기·독감 환자 급증, 감기와 독감의 차이점은?
최근 춥고 건조한 날씨 탓에 독감과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특히 독감 환자 수가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하며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데요. 환자가 급증하면서 감기약을 구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요. 그런데 독감을 독한 감기라 잘못 알고 감기처럼 푹 쉬면 낫는 가벼운 질병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독감과 감기는 엄연히 다른 질환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림 1.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독감과 감기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shutterstock 차이점 1.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다르다! 독감과 감기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다릅니다. 감기는 주로 코와 목을 감염시키는 리노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등 약 200여 종의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에요. 감기에 걸리면 콧물, 코막힘, 목 부위의 통증, 기침, 열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부분 며칠 내에 회복되며 가벼운 증상으로 지나갑니다. 그림 2. 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모습. ⓒFlickr_Sanofi Pasteur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크게 A, B, C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있는데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은 A형과 B형이에요. B형은 A형보다 변이 속도가 느리고 몇 년을 주기로 유행되는 반면, A형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변이를 자주 일으키며 더 심한 증상을 일으킵니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처음에는 헷갈릴 수 있지만, 보통 독감은 감기보다 증상이 훨씬 심하며 40℃에 가까운 높은 열과 근육통, 오한 등이 함께 나타납니다. 차이점 2. 치료제가 다르다! 감기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물을 충분히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면 대부분 일주일 이내에 낫습니다. 이때 열이 나거나 통증이 있다면 해열진통소염제를, 가래나 기침이 있다면 진해거담제 같은 약을 먹으며 증상을 완화할 수 있어요. 하지만 독감은 자연적으로 낫기 어렵고,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과 같은 심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독감 치료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예요. 먹는 약인 타미플루와 수액으로 맞는 페라미플루 두 가지 중 하나로 치료를 받습니다. 그림 3.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뉴라미니데이스 단백질을 억제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다. ⓒ클립아트코리아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는 어떻게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까요? 바이러스 입자는 복제가 끝나면 세포 바깥으로 방출되는데요, 이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뉴라미니데이스라는 단백질이 이 과정을 도와줍니다. 두 치료제는 모두 이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방해합니다. 감염 후 이틀째가 증식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고 2일 이내에 투여받아야 치료 효과가 좋다고 해요. 차이점 3. 독감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림 4. 매년 독감 유행 전, 백신을 접종해 독감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shutterstock 감기는 원인 바이러스가 많은 데다 증상도 가벼워 따로 예방주사(백신)를 맞지 않습니다. 반면 독감은 (특히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빨라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그해 유행할 바이러스를 3~4개 정도 예측해 백신을 만드는데요,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백신을 접종받으면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독감과 감기는 모두 감염성 질환이므로,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잘 쓰며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 교과서 연계 - 이번 과학향기 에피소드는 어떤 교과 단원과 관련돼 있을까? 5학년 1학기 과학 다양한 생물과 우리 생활 6학년 2학기 과학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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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Kids] 일본 지진으로 한국도 지진해일 주의보 발령! 지진해일이란 무엇일까?
2024년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어요. 그 여파로 한국의 동해안에 지진해일 주의보가 발령됐고, 최고 86cm 높이의 파도가 밀려왔어요. 다행히 다음날부터 점차 낮아지면서 안정화됐고 피해도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동해안에 비슷한 지진해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지진해일은 한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재해가 아니어서 처음 듣는 독자들도 많을 거예요. 지진해일이란 무엇이기에 대비가 필요한 걸까요? 지진으로 발생하는 거대한 파도, 지진해일 그림 1. 지진으로 인해 거대한 파도가 해안가로 밀려오는 것을 지진해일이라고 한다. ⓒshutterstock 지진해일은 영어로 tsunami라고 하는데, 일본어 쓰나미에서 유래했어요. 1896년 6월 일본 산리쿠 연안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피해가 알려지면서 세계 공통어로 사용하게 되었죠. 지진해일은 말 그대로 지진이 일어날 때 생기는 해일이에요. 해저에서 지진이 일어나 바다 밑바닥이 솟아오르거나 가라앉으면 바로 위에 있던 바닷물도 같이 뒤흔들려요. 이 때문에 생기는 거대한 파도를 지진해일이라고 합니다. 지진해일은 대부분 지진에 의해 발생하지만, 간혹 화산이 폭발하거나 해저에서 갑작스럽게 산사태가 일어날 때도 생깁니다. 그림 2. 지진해일(쓰나미)의 발생 과정. ⓒshutterstock 이렇게 발생한 지진해일은 높이가 수십 cm부터 수십 m의 집채만 한 파도가 될 수 있어요. 높이가 3~6m만 되어도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죠. 지진해일이 해안가를 덮치면 다리나 방파제를 무너뜨리고, 집과 자동차를 침수시키는 등 엄청난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지진해일 피해 사례 그림 3. 2004년 12월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로 수마트라 해안 근처의 한 마을이 폐허가 된 모습. ⓒwikimedia commons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서부에서 발생한 인도양 지진해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자연재해 중 하나예요. 최고 높이가 30m나 되는 지진해일이 인도양 해안 지역을 덮쳐 근처 14개 국가에서 약 22만7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어요. 2011년에는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일어난 규모 9.1의 지진으로 지진해일이 발생했어요. 마을이 물에 잠기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가장 큰 피해가 일어난 곳은 바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였어요. 지진해일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덮치면서 침수가 일어났고, 결국 폭발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죠.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과 가까운 만큼, 한국에서도 종종 지진해일이 발생했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은 1983년 5월, 일본 아키타현 서쪽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으로 동해안으로 지진해일이 밀려왔던 때입니다. 울릉도에 높이 5m, 동해안에서 2m 이상의 지진해일이 발생해 1명이 죽고, 2명이 실종됐으며 집이 침수되고 정착해 있던 배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진해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림 4. 지진해일이 발생했다면, 안내판에 따라 최대한 빨리 해안을 벗어나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A. Emson/shutterstock 기상청의 모의 예측에 따르면, 일본 서쪽에서 규모 8.0의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다면 지진해일이 약 90분~130분 후에 동해안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지진해일이 발생했다는 재난 문자를 접하면, 최대한 빨리 해안이나 하천을 벗어나 지정된 대피 장소나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특히 지진해일은 한 번의 큰 파도로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높은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오기 때문에 지진해일 특보가 해제될 때까지 대피 장소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지진해일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명심하고,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답니다. 글: 오혜진 동아에스앤씨 기자/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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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까? AI가 점쳐준다
새해가 되면 사주나 타로, 신점, 토정비결 등 신년 운세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사주 카페나 점집을 직접 찾아가곤 했다. 그런데 IT 기술이 발전한 요즘에는 인터넷과 전화, 모바일 앱 등을 이용해 한해의 운을 점치는 경우도 많아졌다. 2022년부터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운세 앱이 등장하고 있다. 운세 앱 점신은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세 정보를 제공한다. 모바일 운세 서비스 포스텔러 역시 사주의 다양한 값들을 수치화해 자체 개발한 사주 분석 시스템 FAS(Fortune Analysis System)를 통해 정통사주와 토정비결, 타로, 별자리, 해몽 등 다양한 운세 콘텐츠를 1,500개 이상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자들도 이런 AI 모델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덴마크 공대와 코펜하겐대 공동연구팀은 지금까지 살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남은 수명과 성격 등 인간의 일생을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 라이프 투 벡(Life2vec)을 개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컴퓨터 과학(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실린 해당 연구를 보며 AI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운명을 예견해주는지 함께 살펴보자. 그림 1. AI가 오컬트 영역이라 여겨왔던 운세 예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hutterstock 라이프 투 벡, 조기 사망률, 성격 예측 정확도 높아 연구팀은 교육과 건강, 소득, 직업 등이 담긴 600만 명의 덴마크인 기록이 담긴 국가 등록부 데이터를 한데 모았다. 또 덴마크인들의 급여와 사회 복지 혜택, 직업, 병원 방문, 병원 진단 같은 세부적인 정보를 데이터로 전환해 문장으로 정리했다. 2010년 8월 A 씨는 코펜하겐의 병원에서 조산사로 일하면서 3만 덴마크 크로네를 벌었다. 같은 문장을 타임라인처럼 만들어 디지털로 재현하는 식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기에, 연구팀은 자연어 처리 모델(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여기서 NLP란 인간의 언어를 해석 및 조작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컴퓨터에 부여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말한다. NLP 알고리즘은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받아 분석하고, 최적의 결과를 찾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유명한 대화형 AI ChatGPT도 자연어 처리 딥러닝 모델 기반으로 만들어진 챗봇이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데 특화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구글의 AI 언어 모델 버트(BERT)를 기반으로 라이프 투 벡을 개발했다. 버트는 문장의 앞에서 뒤쪽 방향, 뒤에서 앞쪽 방향으로 문장 구조를 동시에 분석하는 양방향 대응 NLP 모델이다. 덕분에 막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여러 언어로 응용할 수 있다. 이어 라이프 투 벡에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개인의 인생을 학습시켰다. 해당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에서 다음에 올 가능성이 큰 단어를 찾는 대규모 언어 모델 방식을 이용해, 각자의 이야기에서 패턴을 찾아냈다. 연구를 주도한 수네 레만 덴마크 공대 사회데이터과학과 교수는 조기 사망률과 성격처럼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데이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예측할 수 있다며 다양한 데이터에서 얻은 한 사람의 인생을 간결한 언어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프 투 벡의 성능은 어땠을까? 라이프 투 벡은 35세~65세까지의 조기 사망률을 예측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학습시킨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2020년에 누가 사망했는지를 예측했다. 연구 결과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78%에 달했다. 이는 생명보험 상품의 가격을 책정하는 데 사용되는 AI 사망률 예측 모델보다 약 11% 정확했다. 다만 심장마비나 사고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사항은 맞히지 못했다.레만 교수는 이 모델이 언젠가 사람의 건강을 유지하거나 질병 위험을 식별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라이프 투 벡은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도 능력을 발휘했다. 연구팀은 25~70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모델인 덴마크 성격 및 사회행동 패널(POSAP)과 라이프 투 벡의 분석 결과를 비교했다. POSAP의 경우, 10개 질문을 바탕으로 성격을 자부심과 자유분방함, 사교성, 명랑함 등으로 분류한다. 연구 결과, 대부분 항목에서 라이프 투 벡은 POSAP 모델보다 실제 성격을 50% 이상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명랑함을 나타내는 지표에서는 10배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림 2. 라이프 투 벡(초록색 막대)은 덴마크 성격 및 사회행동 패널 모델(분홍색 막대)보다 높은 정확도로 성격을 예측했다. ⓒNature Computational Science 과학기술이 이어주는 청실홍실? 연애, 결혼 관계에도 스며드는 AI AI는 사람의 건강과 성격을 넘어서 결혼, 연애 매칭에도 손을 뻗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20년 정부 지자체가 AI 배우자 매칭 시스템에 국비 20억 엔(한화 약 208억 원)을 투입했다. 2023년에도 일본 정부는 예산안에 칠드런 퍼스트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결혼을 희망하는 남녀를 AI로 매칭하는 사업을 내세웠다. 혼인과 출산 건수가 2021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시로 일본 중서부 시가현에서는 AI 중매 서비스 청년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미혼 남녀가 가치관과 결혼 상대가 하지 않길 바라는 행동 등을 답하면 AI가 분석해 가장 어울리는 상대를 소개해주는 식이다. 사이타마현의 경우 이보다 이른 2018년부터 약 1,500만 엔을 들여 AI 중매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2019년 성혼한 38쌍 가운데 21쌍이 해당 서비스로 이어진 커플이었다고 밝혔다. 슈리칸스 나라야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전자공학과 박사팀은 부부의 이혼율을 예측하는 AI를 개발해 2017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심한 부부 134쌍을 대상으로 부부의 음성 자료와 관계 지속성 자료를 데이터로 입력해 AI를 학습시켰다. 연구 결과, 해당 AI는 음성과 관계 유지 기간만으로도 성공률 73.4%로 부부의 이혼율을 예측했다. 이는 결혼 생활 상담사의 예측보다 9% 더 정확했다고 한다. 그림 3. 연구팀의 AI는 부부 양측이 얼마나 오래 대화했는지, 어느 시점에서 어떤 억양으로 말했는지 등의 데이터를 모아 부부의 이혼율을 예측했다. ⓒShutterstock AI는 참고용으로, 운명은 우리 것 하지만 연구를 주도한 전문가들은 AI가 예측한 결과는 어디까지나 과학적 탐구나 참고용으로만 남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레만 교수팀은 해당 AI를 진짜로 사용하게 된다면, 예측 결과가 선입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규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야난 박사팀도 논문에서 AI를 개발한 목적은 정신건강 연구자 같은 전문가들이 부부 관계 등을 상담하고 판단을 내릴 때 참고할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류 맥아피와 에릭 브리뇰프슨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AI를 비롯한 신기술은 도구일 뿐, 찬양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현명함은 도구를 도구로 구분할 때 발휘되며, 망치나 인공지능이나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인간관계에 관한 질문을 AI로 분석하고 참고할 수는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미래와 관계에서의 질적인 변화는 우리 손에 달렸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강지희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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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청룡의 해, 신화와 과학으로 용의 기원 찾아 삼만 리
2024년, 정확히는 음력 1월 1일부터는 청룡의 해라고 한다. 청색을 상징하는 천간인 갑(甲)과 용을 뜻하는 지지인 진(辰)이 결합한 해이기 때문이다. 유교문화권의 전통 사상에서는 세상을 동서남북과 가운데의 다섯 방위로 구분하는데, 청룡은 이 중 동쪽을 담당하는 신성한 존재다. 사람의 영역인 가운데를 담당하는 황룡을 제외하면, 청룡은 모든 사신 중 제일 고귀하고 강력한 존재로 취급받았다. 전설에서 용이 도를 깨달으면 청룡이 된다고 했으니, 자연의 모든 용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셈이다. 그림 1.남대문에 묘사된 청룡과 황룡. 조선시대의 용은 뱀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같은 시기 중국의 청나라에서도 용은 날개가 없어지고 몸이 길어졌다. 출처: m-louis 우리에게는 뱀처럼 긴 몸에 사슴을 닮은 뿔을 달고 여의주를 문 청룡의 모습이 친숙하지만, 사실 청룡은 대단히 특수한 형태의 용이다. 세계 곳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용이 제각각 다른 모습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용은 어떤 형태를 지녔으며, 이유가 무엇일까? 동서양의 다양한 용을 살피면서 함께 알아보자. 신의 숙적 vs 인간의 수호자 용의 다양한 형태와 역할 동양과 서양의 용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동양에서도 문화권에 따라 용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묘사됐다. 예컨대 황하 문명에서는 악어를 닮은 모습으로, 내몽골의 초원 지역에서는 말을 닮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식이다. 당장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 진나라 시대의 유물에 그려진 용을 보면 지금의 용과 비슷하면서도 다리가 길쭉길쭉해서 현실의 도마뱀에 더 가까운 모습이며, 동양식 용의 기원인 상나라와 주나라의 영룡은 오늘날 알려진 용과 달리 날개를 갖고 있다. 고구려 유적인 강서대묘에도 날개가 달리고 도마뱀을 닮은 청룡이 그려져 있다. 그림 2.남북조시대 유송 왕조의 부조에 묘사된 용. 다리와 날개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는 고대 중국의 용이 악어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용, 또는 거대한 뱀에 대한 전설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서양의 용은 유교문화권의 용과 전혀 상관이 없다. 서양권 내에서도 이집트의 아펩, 바빌로니아의 무스마부와 티아마트, 웨일스의 드라이그 고흐, 북유럽의 파프니르와 요르문간드 등 문화권마다 서로 다른 모습과 역할의 용이 등장한다. 남아시아에서도 필리핀의 바쿠나와, 인도의 브르트라처럼 각자 고유의 용 신화가 있으며,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케찰코아틀, 시팍틀리, 아마루와 같은 독자적인 용이 나타난다. 서로 교류가 없는 문화권에서 탄생한 각자의 용은 모습뿐만 아니라 역할도 일부 겹친다. 예컨대 고대 이집트의 아펩은 태양신 라의 숙적으로 묘사되는데, 신화에서의 역할만 보면 필리핀의 바쿠나와와 비슷하다. 바빌로니아의 티아마트는 바닷물을 상징하는 세계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물을 관장하는 동양의 용과 역할이 겹친다. 웨일스의 드라이그 고흐는 침입자 색슨족에 맞서는 웨일스인을 뜻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수호자이자 권위의 상징인 동양의 황룡과 위상이 비슷하다.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낸 실제 동물들, 뭐가 있을까? 학자들은 이를 두고 용이 실제 존재한 동물이나 화석에서 영감을 얻어 창조된 동물이 아닐까, 추측하곤 한다. 스탠퍼드대의 역사학자이자 민속학자인 에이드리엔 메이어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신화 속 용의 모습은 고대 사람들이 공룡이나 신생대 초기 거대 포유류의 화석을 보고 상상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폴란드에 있는 바벨 대성당에는 전설 속 용의 뼈로 알려진 거대한 뼛조각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신생대 플라이스토세에 살았던 거대 포유류의 화석이었다. 중국에서도 쓰촨성에서 용의 뼈를 발굴했다는 기원전 300년경의 기록이 남아있는데, 이 역시 화석을 보고 용으로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공룡 화석을 실제로 보면 메이어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 어느 동물에게도 없는, 마치 갑옷 같은 거대한 골판과 갈빗대를 보면 자연스럽게 거대한 신화적 존재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멸종한 생물이라는 개념이 없는 상황이라면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전설의 생물이 가장 논리적인 결론이다. 여기에 이미 알려진 동물의 모습을 보태서 문화권마다 다채로운 용의 모습이 탄생했을 것이다. 특히 뱀을 비롯한 중대형 파충류가 용의 이미지에 덧씌워졌다. 왜 하필 파충류였는지는 아직 논란거리지만 인류학자 데이비드 E 존스가 지적했듯 영장류와 개과 포유류에게 생존 본능처럼 내재된 뱀에 대한 공포심이 그 원인일 수 있다. 동양에서는 양쯔강에 소수 서식하는 중국악어가 용의 원형으로 추정되곤 한다. 뱀 형태의 용은 흔히 강을 형상화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강물에 사는 악어가 용의 모습을 구체화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뮬란에서 묘사됐듯 고대 중국에서 용은 다리가 긴 편이라 뱀보다 도마뱀을 닮은 것으로 그려지는데, 중국악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림 3.오늘날 멸종 위기인 중국 악어. 고대 중국은 지금보다 열대우림에 가까웠기에 악어가 매우 흔했을 것으로 보인다. 악어를 용의 모티프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처: Stolz, Gary M. 반대로 한국에서는 한반도에 없는 악어보다는 우리에게 친숙한 구렁이의 모습을 본따 용을 묘사했다. 구렁이는 마침 한국의 민담에서 집의 수호신 역할도 하니 구렁이의 위 단계로서 용이 민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도 있었다. 거대한 뱀을 용으로 묘사하는 것은 로마의 박물학자인 플리니우스의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플리니우스는 인도 여행기에서 코끼리를 목 졸라 죽일 만큼 거대한 용을 봤다고 기록했는데, 정황상 10m까지 자라는 그물무늬 비단뱀을 묘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흥미롭게도 중국에서도 후대로 갈수록 용이 도마뱀이나 악어보다는 뱀에 가깝게 묘사되는데, 기후변화로 중원 일대가 건조해지면서 대형 파충류를 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림 4.중국 삼국시대의 용 모양 옥 장식. 현재의 용과 비교하면 다리가 두드러진다. 출처: Gary Lee Todd 고생물학자인 세바스찬 아페스테기아는 지구 역사에는 수많은 용이 존재했다고 이야기했다. 신화 속에 묘사된 용의 모습을 자세히 분석하면 공룡과 같은 거대 파충류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페스테기아의 말처럼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친숙한 파충류의 모습을 본떠 저마다의 용을 상상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용은 중국 문화의 영향으로부터 탄생했지만, 그 모습은 한국인만의 시선이 담긴, 나름 현지화된 신수(神獸)라 할 법하다. 사방신 중 청룡을 상징으로 삼는 곳이 유독 많은 이유도 그만큼 친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글: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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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단백질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인공 심장판막 개발
정세용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교수와 홍진기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누에나방의 유충인 누에가 만들어 내는 천연 단백질로 기존보다 내구성을 높인 심장판막질환용 인공 판막을 만드는 기술을 제시했다. 이는 심장판막질환 환자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심장판막 4개는 열리고 닫히면서 혈류의 흐름을 조절한다. 퇴행성 변화나 선천성 심장병 때문에 판막의 여닫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 내부가 좁아지는 협착이나 혈액 역류가 발생해 호흡곤란 같은 심부전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인공 판막으로 기존의 판막을 대체하는 판막 치환술이 최종 치료로 시행된다. 현재 사용하는 대체 인공 판막으로는 금속으로 만든 기계 판막과 소나 돼지 등 동물의 판막으로 만든 동물 조직 판막이 있다. 기계 판막을 사용하면 혈전이 잘 발생해 피가 굳는 것을 막는 항응고 요법을 평생 받는다. 이 때문에 출혈로 인한 합병증 위험성이 커진다. 동물 조직 판막은 판막 기능 부전이 발생할 수 있어, 재수술이나 시술을 받아야 하는 단점을 갖는다.따라서 신소재를 활용한 인공심장 판막 개발이 꼭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심장의 압력을 견딜 만큼 높은 강도와 내구성, 탄성을 가진 대체제를 구할 수 없어. 신소재 판막을 개발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누에 단백질 실크 피브로인으로 심장판막 모양을 만들어 성능을 평가했다. 실크 피브로인은 무색?무취의 섬유 단백질로 인체에 해롭지 않으며, 최근 의료 분야에서 기능성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실크 피브로인이 가진 엉킴 현상을 극대화해 내구성 등을 강화하는 기법을 적용했다. 실제 심장의 박동과 비슷한 압력을 실크 피브로인으로 만든 인공 판막에 가해 내구성을 확인한 결과 일반 천연 실크로 만든 판막보다 강도는 13.8배, 탄성도는 10.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심장 박동 테스트에서도 높은 내구성을 보였다. 일반적인 수축기 혈압 범위인 60-180밀리미터수은(mmHG)을 넘어서는 압력에서도 인공 판막은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실제 체내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혈액 적합성 검사에서도 혈전 형성, 석회화 등 혈류를 방해할 만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정세용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한 후속 실험을 계속해 반복적인 수술 등으로 고통받는 판막 질환 환자들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홍진기 교수도 연구 결과가 여러 의료 분야로 확대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더 펑셔널 머터리얼즈에 게재됐다.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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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유전자 언제든지 억제할 수 있는 sRNA 도구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팀은 그람 음성균과 양성균 모두를 포함한 다양한 박테리아에서 표적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신규 sRNA 도구를 개발했다. 박테리아는 우리 일상에서 김치, 된장, 술 등 식품에 활용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대사 공학을 통해 플라스틱, 영양제, 사료, 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산업용 세포 공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유익한 박테리아 외에도 다양한 감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폐렴균, 살모넬라균 등 병원균이 있다. 때문에대사공학적 기법을 통해 유해한 병원균은 병원성을 억제하거나 사멸을 유도하고, 유익한 산업용 박테리아는 고부가가치 물질을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도록 조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그람 음성균과 양성균 모두를 포함한 다양한 박테리아에서 표적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신규 sRNA 도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우선 미생물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수천 종의 미생물 유래 sRNA 시스템을 검토했고, 그중 가장 높은 유전자 억제능을 보여준 `고초균(Bacillus subtilis)' 박테리아 유래 sRNA 시스템을 최종 선정했고 이를 광범위 미생물 적용 sRNA(Broad-Host-Range sRNA, 이하 BHR-sRNA)라고 명명했다. sRNA와 유사한 시스템으로는 유전자 가위로 잘 알려진 크리스퍼(CRISPR)를 개량한 크리스퍼 간섭(CRISPR interference, CRISPRi) 시스템이 있다. 유전자 가위의 핵심인 Cas9 단백질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DNA를 자르지 않으면서 유전자 전사 과정만을 억제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시스템인데, Cas9 단백질의 분자량이 매우 높아 몇몇 박테리아에서 성장을 저해하는 현상이 보고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BHR-sRNA 시스템은 박테리아의 성장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CRISPR 간섭과 유사한 유전자 억제능을 보였다. BHR-sRNA 시스템의 범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양한 그람 음성균 및 그람 양성균 16종을 선정하여 테스트했고, 그중 15종의 박테리아에서 BHR-sRNA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함을 증명했다. 또한, 10종의 박테리아에서 기존의 대장균 기반 sRNA 시스템보다 유전자 억제능이 뛰어남을 증명했다. 이와 같이 BHR-sRNA 시스템은 다양한 박테리아에서 효과적으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수 있는 범용 도구임을 입증했다. 최근 점차 심각해져 가는 항생제 내성 병원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BHR-sRNA를 이용해 독성인자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억제하고, 병원성을 억제하고자 했다. 그 결과BHR-sRNA를 활용해 병원 발생 감염균인 표피포도상 구균(Staphylococcus epidermidis)에서 항생제 내성의 원인 중 하나인 바이오필름 형성을 73% 억제하고, 폐렴균인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에서 항생제 내성을 58% 약화시켰다. 또 BHR-sRNA를 산업용 박테리아에 적용해 표적 물질을 고효율로 생산하고자 했다. 특히 폴리아마이드 고분자의 원재료인 발레로락탐(valerolactam), 포도향 첨가제인 메틸안트라닐산(methyl anthranilate), 그리고 청색 천연염료인 인디고이딘(indigoidine)을 최고 농도로 생산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BHR-sRNA를 활용해 다양한 산업공정으로의 응용이 기대되며, 항생제 내성 병원균 퇴치를 통한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교신저자인 이상엽 특훈교수는 기존에는 각각의 박테리아마다 유전자 억제 도구를 새로 개발해야 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한 박테리아에서 범용으로 작동하는 도구를 개발했다며 앞으로 합성생물학과 대사공학, 그리고 병원균 대응연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4월 24일 字 온라인 게재됐다.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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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미션 시작, 목성 위성에서 생명체 칮을까?
단 한 번 발사로 목성 주변의 3개 위성을 탐사하는 일타삼피(一打三皮) 프로젝트가 그 거대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4월 14일 프랑스령 기아나의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목성 위성 탐사 우주선이 바로 그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다. 하나의 우주선으로 3개 위성을 조사하는 목성 위성 탐사 프로젝트는 유럽우주국(ESA)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의 배경으로 많이 등장하는 위성인 유로파(Europa)를 비롯하여 가니메데(Ganymede)와 칼리스토(Callisto)를 탐사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그림 1. 목성 3개 위성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된 우주선 주스 (출처: ESA) 목성의 3개 위성 탐사가 프로젝트의 목표 목성의 3개 위성을 탐사하는 프로젝트의 명칭은 주스(JUICE)다. 주스라는 명칭은 목성의 얼음으로 덮인 위성을 조사하는 탐사선(Jupiter Icy Moons Explorer)이라는 의미를 가진 문구의 철자를 조합하여 만들었다. 프로젝트의 명칭을 그대로 딴 우주선인 주스는 앞으로 9년 동안 목성 주위를 도는 위성들의 대기와 지질 성분을 분석하고, 물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탐사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ESA는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를 물의 존재를 통해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탐사 작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주스의 탐사 대상인 3개 위성은 모두 얼음으로 덮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로파는 특별한 위성이다.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수십 km 깊이의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그 어느 천체보다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이런 물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망원경을 사용한다 해도 얼음 아래로는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미지의 행성에 물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림 2. 유로파에서 물이 용솟음치는 물기둥이 관측되었다 (출처: NASA) 그런데 이 같은 문제는 과거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결과를 통해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됐다. 바로 유로파의 얼음 표면을 뚫고 올라오는 물기둥이 망원경에 의해 관측됐기 때문이다. 얼음층 아래에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발생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렇게 관측을 통해 물기둥이 용솟음치는 현상을 발견했지만, 과학자들은 분출하는 물기둥의 성분이 정말로 물에 의해 만들어진 수증기인지 아니면 어떤 액화된 미상의 물질에 의한 것인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 궁금증을 이번에 발사된 주스가 해결해 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태양에너지만 사용하므로 독특한 비행 거쳐 우주로 발사된 주스는 앞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3개 위성에 도달하게 되는 것일까? 발사된 주스는 지구 궤도에 안착한 후 탐사를 위한 각종 장비들이 우주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했다. 주요 장비로는 태양광 패널과 레이더, 그리고 고성능 카메라 및 근적외선 분광계 등이 탑재되어 있다. 그림 3. 주스는 탑재된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에너지로 가동된다 (출처: JAXA) 그중에서도 태양광 패널과 레이더는 이번 탐사를 위해 특별히 개발된 장비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주스의 태양광 패널은 십자형으로 펼쳐지는데, 85㎟의 대형 태양광 패널 덕분에 태양계 탐사선 중에서는 최초로 원자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태양에너지만을 사용하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RIME(Radar for Icy Moon Exploration)이라는 명칭의 레이더는 스위스와 독일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3개 위성의 지질학적 특성과 혹시라도 존재할지 모를 얼음층 밑 수면층을 연구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이렇게 지구 궤도에서 장비 점검을 완료한 주스는 현재 목성을 향해 기나긴 여정을 떠났다. 원자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태양에너지만을 이용하여 전진하고 있는 만큼, 주스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수많은 플라이바이(fly-by) 비행을 거치게 된다. 플라이바이 비행이란 우주선이 행성 주위를 돌며 중력과 원심력을 활용하여 비행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적인 방법으로 속도를 가속화 할 수 있지만, 비행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앞으로 주스는 2029년까지 달과 지구, 금성 등을 돌며 플라이바이 비행을 통해 속도를 높이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축적된 에너지를 활용하여 2031년에 목성의 위성 주변에 도착하게 된다. 위성 주변에 도착해도 플라이바이 비행은 계속된다. 주스는 2034년까지 약 3년 동안 유로파와 칼리스토, 그리고 가니메데 위성의 궤도를 돌며 총 35회의 위성 플라이바이 비행을 추진하게 된다. 3년 동안 주스는 유로파와 칼리스토 위성을 관측한 후, 마지막으로 2034년에 접어들며 가니메데 위성을 탐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가니메데는 위성임에도 불구하고, 명왕성이나 수성보다 더 커서 태양계 위성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태양계 위성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구와 비슷한 자기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니메데 위성 탐사가 주스의 마지막 임무인 이유는 궤도를 돌다가 점점 고도를 낮춰 마지막 순간에는 가니메데 표면에 충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충돌 과정에서 목성 위성들이 가진 신비로운 표면 관측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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